18일 있었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는 듯 합니다. 한국의 빙속여제 이상화 선수가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 선수에게 금메달을 내주며 아쉬움이 남았는데요. 하지만 이상화 선수와 고다이라 나오 선수의 멋진 우정이 보는 이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고다이라 나오는 36초94를 기록하며 37초33을 기록한 이상화 선수를 제치고 금메달을 가져갔습니다.
고다이라 나오 선수가 올림픽신기록을 세우자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의 관중석에서 큰 환호가 터져나왔습니다. 이에 고다이라 선수는 조용해달라는 부탁을 보내는 제스쳐를 취하며 다른 선수들에 대한 존중과 경쟁자에 대한 배려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상화 선수가 아쉽게 금메달을 놓친 후, 이상화 선수를 진심으로 위로하는 고다이라 나오 선수의 모습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이후, 기자회견에서는 이상화 선수와의 우정을 거론한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월드컵 때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이상화 선수에게 스케이트에 대해 많이 배웠으며, 이상화 선수가 우승을 했을 때 울고 있던 고다이라 선수에게 다가가 함께 울어준 선수가 바로 이상화 선수였다며, 우정이 깊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상화 선수와 고다이라 나오 선수의 우정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고다이라 나오 선수의 인격과 선수로서의 성숙한 자세는 분명히 본받아야할 점이라 생각됩니다.
이전까지 고다이라 나오는 뛰어난 성적을 내지도 못했고, 크게 주목받지도 못했었습니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던 고다이라 나오 선수는 기업의 후원마저 받지 못하던 상황이었지요. 대학 졸업 이후, 고다이라 선수는 한 병원의 직원과 선수생활을 병행했습니다. 재활 중 인연을 맺었던 아이자와병원의 이사장이 그를 스포츠 장애예방센터 직원으로 채용하고 지원을 이어왔다고 하더군요.
병원업무를 병행하던 고다이라 나오 선수는 늦은 나이에 네덜란드 유학을 다녀오게 됩니다. 그 이후 1000m 세계신기록을 달성하며, 스피드 스케이팅의 신흥강자로 떠오른 것은 늦은 나이였습니다.
그리고 일본 대표팀 주장은 금메달을 따지 못한다는 징크스를 깨며 2018 평창올림픽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냅니다. 32살, 다른 선수들이 은퇴를 생각할 나이에 탄생한 노력의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 동안 어떤 종목의 한일전에서도 일본에게는 이겨야 한다, 일본에게는 지면 안 된다는 경쟁의식이 국민들 생각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고다이라 나오 선수에게는 축하의 박수, 아쉽게 은메달에 머문 이상화 선수에게는 격려의 말이 쏟아집니다.
두 선수가 보여준 멋진 승부와 경기 이후 고다이라 선수가 보여준 인격과 선수로서의 품격이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울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고다이라 나오 선수의 태도와 스포츠정신은 세계인의 축제에 걸맞는 아름다운 장면이었습니다. 그녀가 보여준 눈부신 품격과 끝까지 멋진 승부를 한 이상화 선수에게 경의의 박수를 보냅니다.
